농촌 청년 귀농 정책과 출산장려정책의 연계 가능성 분석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저출산 국가들은 출산율 반등을 위한 해법을 도시 중심으로 설계해 왔다. 보육 인프라 확충, 주택공급 확대, 육아휴직 제도 정비 등은 모두 대도시를 전제로 한 정책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농촌 지역이 오히려 도시보다 출산율이 높게 유지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충북 괴산, 전남 고흥, 경북 예천 등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전국 평균을 웃도는 출산율을 기록 중이며, 이는 단순한 전통문화 때문만이 아니라 보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 공동체 중심의 육아 문화, 자연친화적 공간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농촌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각 지자체가 청년 귀농을 유도하며 출산장려정책을 농촌 정책과 결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농업인력 확보를 위한 귀농 유도가 아니라, 젊은 세대가 결혼·출산·육아까지 이어지는 삶의 패턴을 농촌에서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정책 구조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본 글에서는 프랑스, 일본, 한국의 주요 귀농 정책이 어떻게 출산장려정책과 연계되고 있는지를 심층 분석하고, 한국적 모델이 갖춰야 할 전략 요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프랑스 출산장려정책: 농촌 중심의 인구 회복 전략과 가족 단위 정착 지원
프랑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지방 활력 재생 정책(Politique de revitalisation rurale)’을 통해 농촌 재건과 출산율 제고를 병행하는 전략을 시행해왔다. 이 정책의 핵심은 가족 단위의 귀촌 유치다. 프랑스는 귀농 가정에게 농업 창업 보조금, 저리 대출, 저가 임대주택 공급 등 기본적인 경제적 인센티브 외에도, 3자녀 이상 가정에 대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교육·보육·의료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우선 지원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출산장려정책의 일환으로 농촌 거주 가정에 대해 국공립 유치원을 우선 배정하고, ‘모바일 보육버스’와 같은 농촌 특화 돌봄 서비스를 운영해 양육의 불편함을 적극 보완하고 있다. 특히, 귀농 후 일정 기간이 지나고 세 자녀 이상이 되는 가정에는 농지 무상 임대 연장, 영유아 보육비 추가 보조금, 자녀별 교육 지원금 지급 등 추가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이와 같이 프랑스의 농촌 정책은 단순한 인구 분산 정책이 아닌 출산과 육아를 실현 가능한 생활 조건으로 정비한 구조적 설계를 바탕으로 한다.
일본 출산장려정책: 지방자치단체 주도 귀농-출산 연계 모델의 정착
일본은 1990년대 이후 농촌 지역의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자치단체 단위로 다양한 귀농 유치 + 출산 유도형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마네현, 도쿠시마현, 오카야마현 등이 있다. 이들 지역은 20~40대 청년층이 농촌으로 이주할 경우, 최장 3년간 월 20만 엔의 정착 보조금, 농기계 무상 대여, 지역 농협과 연계한 농산물 판매 유통망 구축 지원 등으로 초기 정착을 유도한다.
특히 오카야마현은 귀농 청년이 결혼 후 자녀를 출산할 경우, 자녀 수에 따라 주택 전세금 지원, 공립 유치원 무료 이용, 지역 보건소 연계 육아상담 서비스를 자동 연계해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지역 아이 키우기 플랜(地域子育て支援計画)’을 각 지자체가 자체 수립하도록 의무화하였으며, 이를 통해 귀농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농촌 지역에서는 공동체 기반의 돌봄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어, 다자녀 가정일수록 육아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실질적 사회망이 존재한다는 점도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 출산장려정책: 귀농 지원은 존재하나, 출산 연계는 구조적으로 미흡
한국도 농촌 인구 감소와 청년 일자리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청년 창업농 육성’, ‘귀농·귀촌 종합지원센터 운영’, ‘청년농부 창업모델 시범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귀농 정책들은 거의 대부분 경제 활동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결혼과 출산을 연계한 인프라는 부재하거나 미흡한 상태다. 즉, 귀농 후 자녀를 출산했을 경우 주거, 보육, 교육, 의료 등 핵심 서비스가 부족해 장기 정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출산 연계 귀농 지원을 시도하고 있다. 예컨대 전남 구례군은 다자녀 귀농 가정에 대해 주택 개보수 비용 2,000만 원 지원, 보육비 월 20만 원 추가 지급, 귀농인 전용 영유아 보육시설 우선 입소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전국적 통일성이 없고, 예산 규모나 적용 대상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체감도는 매우 낮다. 특히 농촌 지역 대부분이 의료시설, 산후조리 인프라, 국공립 어린이집 접근성에서 도시와 비교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어, 청년층의 이탈을 막거나 출산을 장려하기엔 정책의 밀도가 부족하다.
귀농을 출산장려정책의 촉진 장치로 삼기 위한 전략 제안
출산율 반등을 위해 농촌 귀농 정책과 출산장려정책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려면 단기 지원을 넘어서 장기 정착 가능성을 제도화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가족 단위 귀농 우선 정책화이다. 귀농 지원 대상을 1인 청년에서 결혼 또는 자녀 예정 가구로 확대하고, 해당 가구에 대해 패밀리형 주택 공급, 육아 지원금, 임산부 진료비 무상화를 기본 조건으로 설정한다.
둘째, 출산 후 정착 장려 보너스 제도화이다. 귀농 후 일정 기간 이내 출산 시, 현금성 보조금과 함께 의료비·보육비·교통비 등을 묶은 ‘정착보너스 패키지’를 자동 지급하도록 설계한다.
셋째, 귀농 전용 국공립 어린이집 네트워크 구축이다. 농림부와 보건복지부가 협업해 농촌 특화 국공립 보육시설을 신설하거나 유휴 공간을 리모델링해 어린이집으로 전환, 실질적 보육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넷째, 농촌 출산 장려 캠페인과 문화 확산 병행이다.
귀농을 고려하는 예비 청년층에게 ‘농촌은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 SNS 캠페인, 지역축제 등을 함께 운영한다.
마지막으로 장기 정착형 귀농에서 귀촌 전환 모델로 개발이다. 출산 이후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도시 교육 수요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 귀촌 유도와 도시·농촌 간 교차 생활형 모델도 정책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