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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저하가 구조적으로 심각해진 오늘날, 많은 국가가 출산장려정책을 확대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그 이유는 출산율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단순히 여성의 육아 부담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출산을 계획하고 실제 양육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남성이 얼마나 돌봄의 주체로 참여하는가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 되고 있다. 여성에게만 집중된 육아 부담은 출산을 지탱할 수 없고, 남성의 돌봄 참여가 제한되는 사회에서는 출산율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그동안 많은 나라가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휴직, 보육서비스, 시간제 근무를 확대해왔다. 하지만 여성이 아무리 제도적 지원을 받더라도, 남성이 가정 내 돌봄의 동등한 책임자로 참여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출산 부담이 여전히 여성에게 편중된다. 이러한 불균형은 결국 첫째 출산 이후 둘째 출산을 막고, 초산 자체를 주저하게 만드는 장벽이 된다.

이번 글에서는 각 나라의 남성 육아 참여 정책이 출산장려정책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비교 분석하고,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확장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북유럽 출산장려정책: 남성 참여를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으로 만든 제도 설계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남성 육아 참여 비율이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 이들 국가는 남성 육아휴직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일정 기간은 아버지 전용으로 할당하여 남성이 육아에 반드시 참여하도록 제도적으로 설계했다. 특히 스웨덴의 ‘아빠 의무 할당제(Daddy Quota)’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그 기간이 가정 전체에서 소멸되는 방식이다. 즉,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지 않으면 가족 전체가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이러한 제도는 남성의 돌봄 참여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불이익 없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환경적 조치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써도 기업에서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사회 전체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에 북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과 비교적 안정된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북유럽의 사례는 출산장려정책의 핵심이 단순히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수준의 돌봄 책임을 지도록 제도적으로 설계하는 일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프랑스 출산장려정책: 아버지의 양육 참여를 문화·제도·근로 환경으로 동시에 강화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문화가 강했음에도, 출산장려정책을 통해 남성의 육아 참여가 빠르게 증가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프랑스 정부는 아버지의 출산휴가(Paternity Leave)를 2021년부터 14일에서 28일로 대폭 확대했고, 그중 일부는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의무기간으로 지정했다.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기업은 이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법이 엄격하게 제한한다.
또한 프랑스는 학교 기반 방과후 돌봄 시스템을 튼튼하게 마련해, 남성과 여성이 협력해 육아를 분담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제공한다. 돌봄 서비스가 학교—지방정부—국가가 하나의 체계로 운영되기 때문에, 남성이 육아 참여를 하기 위해 직장을 과도하게 조정할 필요가 없다. 이런 구조는 남성이 ‘부수적 역할’이 아닌 주체적 육아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랑스의 사례는 남성의 육아 참여가 단지 개인 의지가 아니라, 국가와 기업이 함께 만드는 사회적 구조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일본 출산장려정책: 제도는 있으나 직장문화가 남성 육아 참여를 가로막는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긴 남성 육아휴직 기간을 제공하는 국가 중 하나다. 최대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고, 최근에는 급여 비율도 크게 올라가 경제적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일본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매우 낮다. 일본 기업 문화는 장시간 노동, 낮은 유연성, 남성의 부재를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남성들이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려고 하면 상사나 동료로부터 부정적인 시그널을 받거나, 승진 혹은 인사에 불이익이 암묵적으로 주어지는 사례가 많다. 결국 일본은 제도는 있지만 사회적 수용과 직장문화가 정책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이다.
이 사례는 출산장려정책에서 제도 자체보다 그 제도가 현실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조직문화의 변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한국 출산장려정책: 남성 육아휴직 증가 속에서도 ‘실질적 참여’는 여전히 부족
한국은 최근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증가하며 긍정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남성 육아휴직이 일상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실에서는 ‘눈치 문제’, ‘승진 불이익 우려’, ‘중소기업의 인력 공백 부담’ 등의 이유로 남성의 육아 참여가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문제는 남성의 육아 참여가 가능하더라도, 육아휴직 후 실제 육아 시간을 얼마나 가졌는지, 가사와 돌봄을 얼마나 분담했는지에 대한 통계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즉, 제도 사용률은 높아져도 실제 육아 참여도는 낮은 경우가 많다.
또한 많은 한국 남성은 육아휴직 초기에만 잠시 참여하고, 실제 돌봄 역할은 대부분 여성에게 맡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족이 출산을 선택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으로 이어지며, 남성 참여의 명목적 확대는 출산장려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출산장려정책 관점에서 본 남성 육아 참여 확대의 구조적 필요성
출산장려정책은 여성이 아닌, 부모가 함께 아이를 양육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다. 남성이 돌봄에 전면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여성의 부담은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 없고, 그 결과 출산은 삶을 포기해야 하는 선택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출산장려정책은 반드시 다음 네 가지 기반을 갖춰야 한다.
첫째, 남성 육아휴직 의무할당제를 도입해 남성이 최소한 일정 기간을 반드시 육아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육아휴직 불이익을 법적으로 강력히 금지하고, 위반 시 실질적 제재를 가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남성과 여성이 함께 돌봄을 배울 수 있는 사회적 교육 프로그램을 의무화해, 육아를 특정 성별의 일이 아닌 가정의 기본 역할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넷째, 가사·육아 분담률을 사회적으로 공개하고 기업의 남성 육아 참여 우수 기업을 인증하는 등 사회적 압력과 인센티브를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남성이 돌봄을 선택이 아닌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출산율을 회복한다
출산장려정책은 여성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남성과 여성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만 효과를 가진다. 남성이 육아에 참여하지 않는 사회에서 출산율 반등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남성의 돌봄 참여 확대는 복지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 전략이며, 인구 감소 시대에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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