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정책

임대료 상한제와 출산장려정책의 상관관계 분석

ssong324045 2025. 8. 2. 13:18

출산장려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출산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에 직접 작용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주거비 부담’이다. 많은 청년 부부와 예비 부모는 아이를 낳기 전, 가장 먼저 ‘지금 이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가’를 자문한다. 그러나 임대료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출산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포기 대상이 된다. 특히 도시 집중형 인구 구조를 가진 국가일수록 주거 부담은 출산율 저하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임대료 상한제’를 출산장려정책과 결합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주거안정 정책을 넘어 ‘출산 인프라’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재조명되고 있다.

주거 안정정책이 곧 출산장려정책

이번 글에서는 독일·프랑스·스페인·한국의 사례를 통해 임대료 규제가 출산율에 어떤 구조적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한국형 정책에 필요한 방향은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본다.

 

독일 출산장려정책: 임대료 상한제 도입과 출산율 안정의 관계

독일은 임대료 안정화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며, 이는 출산장려정책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2015년부터 도입된 ‘미트브렘제(Mietpreisbremse)’는 신규 임대계약 시 이전 임대료 대비 10% 이상을 올릴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특히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대도시에서는 이 상한제가 청년층의 주거 안정성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독일의 출산율은 상한제 도입 이후 1.38명에서 1.57명까지 상승했고, 특히 임대료 규제 지역에서 둘째 자녀 출산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 현상이 확인됐다. 독일 정부는 임대료 규제를 단순히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출산과 양육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안전망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출산장려정책이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고, 주거비 조절이라는 기초 인프라 위에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프랑스 출산장려정책: 주거 바우처와 상한제를 결합한 출산 기반 정책

프랑스는 출산장려정책과 주거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설계한 대표적 국가다. 주거 바우처(Allocation de Logement) 제도를 통해 저소득 청년과 신혼부부는 소득 수준에 따라 매달 수십만 원의 임대료를 정부가 보조하며, 상한선을 초과한 임대료는 바우처 산정에서 제외된다. 또한 임대주택 운영 지침에는 ‘아이를 둔 가정 우선 배정’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자녀 계획을 세운 청년층이 주거 안정을 먼저 확보할 수 있다. 프랑스의 출산율이 유럽 평균을 웃도는 이유는 단순한 복지 확대보다, 출산에 필요한 조건들을 정교하게 맞춘 사회 설계에 있다. 임대료 부담 완화는 특히 첫째 출산 시기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존재하며, 프랑스 정부는 출산 시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으면 출산장려정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정책을 연계하고 있다.

 

스페인 출산장려정책: 임대료 통제 실패가 출산율 저하를 가속하다

스페인은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진 국가 중 하나이며, 그 원인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도시 지역의 주거비 폭등이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등 대도시의 임대료는 청년 1인당 평균 소득의 60~70% 수준에 달하며, 그 결과 30대 중반까지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 비율이 60%를 넘는다. 스페인은 2020년부터 ‘임대료 가이드라인 제도’를 시범 도입했지만, 강제력이 부족해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청년층의 독립과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 자체는 먼 미래로 밀려나게 됐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주거 문제를 출산율 문제와 직접 연결하여 ‘주거생애주기 전략’을 새롭게 수립 중이며, 임대료 상한제를 출산장려정책의 핵심 구성 요소로 포함하는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스페인 사례는 출산을 장려하고자 한다면 주거 환경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정책적 교훈을 제공한다.

 

한국 출산장려정책: 주거 지원은 있지만 ‘집값 연동’이라는 근본적 한계

한국은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행복주택’, ‘LH 임대아파트’ 등 다양한 주거 지원 정책을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청약·가점 위주, 또는 일정 소득 이상은 제외되는 제한형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도심지 고가 전세·월세 시장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경우 보증금 없는 월세 주택의 평균 임대료가 100만 원을 넘고, 임신·출산 가정일수록 높은 집값으로 인해 더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은 임대료 상한제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부동산 시장 왜곡 우려로 보류된 바 있으며, 출산장려정책과 주거정책이 완전히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다. 결국 신혼부부와 청년층이 출산을 선택하려 할 때, ‘내가 아이를 키울 공간이 없다’는 불안감이 정책이 아닌 현실로 존재한다. 한국 출산장려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임대료 통제 또는 공공임대 확대를 포함한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출산장려정책의 기반으로서 ‘주거 안정성’,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이제 출산장려정책은 더 이상 복지부 단독의 영역이 아니다. 주거 정책, 노동 정책, 교육 정책과 동시에 설계되어야 비로소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특히 주거 안정성은 출산 결정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요인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출산 친화형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하여 자녀 수가 많아질수록 자동 감면되는 연동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둘째, 국공립 임대주택의 일정 비율을 ‘출산 예정 가구’에 우선 배정하고, 출산 시점과 주거 진입 시점을 일치시키는 정책이 요구된다.
셋째, 공공 보육시설과 연계된 주거 단지를 조성하여, 보육·주거·교통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복합형 주거 지원 모델이 필요하다.
넷째, 출산장려정책 내에 주거 안정성 지표를 포함시켜, 매년 ‘출산-주거 연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거비가 생애 전체 소득의 50%를 넘지 않도록 설계된 임대비용 기준선을 국가가 명시하고, 이를 달성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이제는 출산장려정책을 설계할 때 ‘아이를 어디서 키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빠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