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도 출산율이 특히 낮은 국가로 꼽히는 스페인은 한때 강력한 저출산 대응 전략을 내세우며 출산장려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스페인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기준 1.2명 수준으로, OECD 평균보다 한참 낮다. 이는 단순히 정부가 출산장려정책을 마련했다고 해서 바로 출산율이 반등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스페인 사례는 왜 출산장려정책이 실패했는지를 통해 다른 나라들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중요한 교훈을 던져준다.
이 글에서는 스페인의 저출산 대응 정책이 어떤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는지, 그리고 한국 등 유사한 상황에 있는 국가가 어떤 시사점을 얻어야 하는지 살펴본다.
스페인 청년 고용과 출산장려정책의 불균형
스페인 출산장려정책의 가장 큰 한계는 청년 고용 안정과의 연결이 약하다는 점이다. 스페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청년 실업률이 40%에 육박하며 극심한 일자리 불안을 겪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 고용 지원금, 일자리 창출 인센티브 등을 도입했지만,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바꾸지 못했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단기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보니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을 감히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스페인 정부는 그 대신 출산장려정책으로 현금성 지원과 세금 공제를 확대했지만, 안정된 소득이 없으니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이는 덴마크나 독일처럼 청년 고용 안정과 출산장려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성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스페인 주거 지원 출산장려정책의 한계
스페인의 출산장려정책에서 또 하나의 문제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안정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주택 임대료 상승 폭이 큰 나라로 꼽히며, 대도시일수록 청년 세대의 주거 불안정이 심각하다. 정부는 신혼부부에게 일정 금액의 주거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주택 대출금 일부를 보조했지만, 공공 임대주택 공급은 턱없이 부족했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등 주요 도시에서 청년층은 높은 전세금과 월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청년들은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독립을 미루게 되고, 이로 인해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출산은 더욱 뒤로 미뤄진다. 덴마크나 독일과 달리 스페인은 주거 정책을 출산장려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지 못한 것이 큰 약점이었다.
스페인 가족 복지 출산장려정책의 빈틈
스페인 출산장려정책의 또 다른 문제는 가족 복지 시스템이 충분히 촘촘하지 않다는 데 있다. 북유럽 국가처럼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유급 육아휴직이 보편화되지 않아 부모들이 출산 후 육아에 대한 부담을 홀로 짊어져야 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유급 육아휴직은 평균 16주 정도로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은 여전히 낮아 여성에게만 양육 부담이 집중된다. 또한 공공 보육시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많은 부모들이 사설 보육시설을 이용해야 하고, 이는 추가 비용 부담으로 연결된다. 가족 복지가 불안정하다 보니 청년 부부가 첫째는 어떻게든 낳아도 둘째, 셋째는 엄두를 못 낸다는 것이 스페인 통계청이 밝힌 현실이다. 결국 실질적인 가족 복지 없이는 출산장려정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스페인 출산장려정책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
스페인 출산장려정책은 많은 점에서 한국에도 중요한 반면교사가 된다. 스페인은 2000년대 초중반 출산율 반등을 목표로 다양한 현금성 지원책을 쏟아냈지만, 고용 불안, 주거 불안, 보육 인프라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지 못했다. 결국 정책은 일시적 인기에 그쳤고, 출산율은 다시 하락했다. 이는 한국이 지금처럼 출산지원금을 늘리는 데만 집중한다면 스페인과 같은 한계를 반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이미 청년 고용 안정, 장기 공공임대주택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남성 육아휴직 참여 확대 등에서 숙제가 많다. 스페인의 실패 사례는 ‘현금 지원만으로는 절대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명백한 교훈을 준다.
스페인 출산장려정책과 비교되는 북유럽의 성공 사례
스페인과 대조적으로 덴마크와 스웨덴은 고용, 주거, 가족 복지를 동시에 묶어 출산장려정책의 실효성을 높였다. 덴마크는 실업급여와 재취업 교육으로 청년 고용을 안정시키고, 공공 임대주택으로 주거 부담을 줄였으며, 유연한 육아휴직과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부모의 육아 부담을 덜었다. 스웨덴은 부모 모두가 육아휴직을 나눠 쓰도록 제도화해 여성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했다. 북유럽 사례는 출산장려정책이 고립된 단일 정책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 결합해야 성공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국이 스페인이 아니라 덴마크와 스웨덴을 닮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출산장려정책이 스페인에서 얻어야 할 시사점
스페인의 저출산 대응 실패 사례는 한국이 지금의 정책 기조를 다시 점검해야 함을 분명히 말해준다. 한국은 여전히 현금성 지원금 규모를 키우는 데 많은 예산을 쓰고 있지만, 정작 청년 고용 안정이나 공공 임대주택, 가족 복지의 질적 확충은 아직 부족하다. 앞으로 한국은 스페인처럼 ‘현금 지원만 확대’라는 단기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용 안정과 주거 안정, 가족 복지가 하나로 연결되는 시스템형 출산장려정책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만 결혼과 출산이 청년 세대에게 실현 가능한 선택지가 된다. 스페인 사례는 실패했기에 오히려 한국에게 더 큰 교훈이 된다.
스페인형 출산장려정책 실패를 피하기 위한 한국의 과제
한국은 스페인처럼 겉으로는 정책이 화려해 보여도 청년이 체감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면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청년 고용 안정과 비정규직 문제, 수도권과 지방 간 주거 격차, 국공립 보육시설 부족이라는 과제가 분명하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출산장려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제는 현금 지원만 늘리는 단기 처방 대신, 장기적 구조 개선과 지역 균형 발전, 기업의 가족 친화 문화 확산까지 포함한 종합적 출산장려정책이 필요하다. 스페인의 실패에서 배운다면 한국은 늦지 않았다. 지금이 구조를 바꿀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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