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자리 잡은 지금, 많은 나라들이 현금성 지원과 세제 혜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실제로 부모들이 출산을 주저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시작되는 돌봄과 양육에 대한 불안, 육아 방법을 몰라 생기는 스트레스,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두려움이 출산을 가로막는 큰 심리적 장벽이 된다. OECD 주요 국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의 필수 출산장려정책으로 설계해 왔다.
덴마크, 스웨덴, 독일, 일본 등은 이미 임신 전·후부터 영유아 초기까지 단계별 부모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출산율 반등이나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은 일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전국 단위 제도화는 부족하다. 이번 글에서는 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단순한 선택적 강좌가 아니라 국가 출산장려정책의 실질적 핵심이어야 하는지를 비교 사례로 분석한다.
북유럽 출산장려정책의 숨은 축: 부모 교육 프로그램의 강력한 실행력
덴마크는 임신 초기부터 보건소에서 의무적으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산모 건강관리, 분만 과정 준비, 신생아 기초 돌봄 교육, 산후 회복 관리뿐 아니라 ‘아버지 육아참여 실습’까지 포함된다. 덴마크 가족복지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 교육 프로그램 이수 가정의 첫째 자녀 이후 둘째 출산율은 미이수 가정보다 1.6배 높았다. 스웨덴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웨덴 정부는 지역 보건소와 연계된 ‘패런팅 클래스’를 통해 부모가 기본 육아법뿐 아니라 지역 돌봄 커뮤니티, 육아휴직 활용법 등을 함께 배우도록 설계했다. 스웨덴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80%에 달하는 이유는 단순한 제도 때문이 아니라, 임신 단계부터 아버지를 육아의 핵심 주체로 끌어들이는 이런 교육 프로그램 덕분이다. 북유럽 출산장려정책은 부모 교육이 곧 ‘둘째 아이를 낳아도 두렵지 않다’는 신뢰를 만든다.
독일 출산장려정책에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맡는 실질적 역할
독일은 전국적으로 ‘엘테른슈쿨(Elternschule)’이라는 부모 학교 시스템을 법적으로 운영한다. 부모가 임신 확인 후부터 출산 후 만 2세까지 단계별로 의무·선택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 과정은 정부가 100% 예산을 부담하며, 대부분 가족센터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진행된다. 독일 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부모 학교 프로그램을 수료한 부모의 산후 우울증 발생률은 23% 낮았고, 영유아 건강검진 정기 이행률은 98%에 달했다. 부모는 아이 돌봄을 지역과 함께 나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여성의 경력 단절도 줄어든다. 독일 정부는 이런 구조 덕분에 첫째 아이 이후 둘째·셋째 출산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부모 교육 프로그램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실질적인 출산장려정책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독일은 증명한다.
일본 출산장려정책이 부모 교육 프로그램으로 얻은 성과와 한계
일본은 저출산 위기가 본격화된 2000년대 초부터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의무화하거나 지원금을 연계하기 시작했다. 특히 도쿄·오사카 같은 대도시는 ‘부모 학교’를 수료해야 일부 육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가정은 둘째 출산율이 1.4배 높고, 산후 가정 방문 서비스 이용률도 2배 이상 높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이 OECD 평균보다 낮아 교육 프로그램만으로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다. 결국 부모 교육은 육아휴직 제도, 주거 안정, 직장 문화와 함께 연계되어야 출산장려정책의 실질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부모 교육 프로그램 현실과 출산장려정책의 과제
한국은 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민간 병원이나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되지만, 참여율은 낮고 전국 단위 의무 시스템은 아직 전무하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연계 부모 교육 참여율은 10% 미만이며, 특히 아버지 참여율은 2% 수준에 불과하다. 정보 부족과 비용 부담, 지역별 격차가 원인이다. 이 때문에 첫째 아이 출산 후 초기 육아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산후 우울증 발생률도 OECD 평균보다 높다. 한국은 현금성 출산지원금을 연 20조 원 이상 쓰지만 부모 교육에 대한 국가 예산은 아직 전체의 1%에도 못 미친다. 부모 교육이 강제성 없이 선택 프로그램에 그치면 출산장려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부모 교육을 육아휴직 급여, 국공립 어린이집 배정 우선권과 연계해 실질적 참여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부모 교육 프로그램 기반 출산장려정책의 미래 비전
출산장려정책이 성공하려면 부모가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다는 신뢰가 사회 전체에 있어야 한다. 덴마크와 스웨덴이 보여주듯, 부모 교육은 ‘두렵지 않은 첫 출산’을 넘어 ‘다시 아이를 낳아도 괜찮다’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한국은 앞으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전국 단위로 표준화하고, 이수 시 실질적 인센티브가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부모 학교를 수료한 부부에게 둘째 자녀 출산 시 현금성 지원을 가산하거나 공공 보육시설 대기 우선권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출산장려정책은 더 이상 단일한 지원금이 아니라, 고용 안정, 주거, 보육, 그리고 부모 교육까지 묶인 통합형 시스템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출산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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