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진국인 일본과 한국은 전 세계에서도 저출산이 가장 심각한 국가로 꼽힌다.
두 나라는 모두 고도로 산업화된 경제 구조와 도시 집중 현상, 높은 주거비, 치열한 입시 경쟁 등 출산 기피 요인이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같은 조건 속에서도 두 나라가 선택한 출산장려정책의 접근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일본은 비교적 일찍 저출산 문제를 인식하고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질적 효과가 적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일본보다 늦게 저출산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최근에는 현금 지원을 빠르게 확대하고 육아휴직 제도를 보완하는 등 방향 전환을 시도 중이다.
이 글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출산장려정책이 어떻게 다른 길을 걷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비교하고,
양국의 사례가 한국에 어떤 교훈을 주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의 저출산 상황과 출산장려정책
일본은 1990년대부터 이미 출산율 급감 현상을 겪었다.
1990년대 초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5명 수준이었지만, 2023년 기준 1.26명까지 하락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에인절 플랜(Angel Plan)’, ‘뉴 에인절 플랜(New Angel Plan)’, ‘차세대 육성지원 대책’ 등 이름만 바꿔가며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내놓았다.
일본의 대표 정책은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육아휴직 제도 개선, 출산지원금 지급 등이다.
또한 지방 소멸 위기를 막기 위해 지방 소도시 이주 지원금과 주택 보조금 등 지역 단위 지원책도 도입했다.
하지만 일본의 출산장려정책은 형식적으로는 잘 갖춰져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법적으로는 육아휴직이 보장되지만 장시간 근로 문화와 기업 내 보수적인 분위기로 인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10%대에 머물러 있다.
보육시설도 대도시와 지방 간 편차가 커서 대도시에서는 여전히 ‘보육원 대란(保育園落ちた)’ 현상이 반복된다.
결국 일본의 출산장려정책은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출산율 반등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의 저출산 상황과 출산장려정책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일본보다 늦게 본격화되었지만, 그 심각성은 일본을 뛰어넘는다.
2023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국가 중 단연 최저 수준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현금 지원과 육아휴직 확대 중심의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현금 지원은 출산지원금, 첫 만남이용권, 영아수당, 아동수당 등이다.
특히 2022년부터는 0~1세 영아에게 월 70만 원 이상의 수당이 지급되고, 일부 지자체는 셋째 아이부터 1,000만 원 이상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한다.
육아휴직 제도도 계속 개선되어 부모가 최대 1년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배우자 출산휴가도 법적으로 보장된다.
또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30% 수준으로, 일본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최근에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돌봄 교실 확대 등 보육 인프라 개선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의 출산장려정책 역시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는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하기 어렵고, 수도권과 지방의 보육시설 격차는 여전히 크다.
따라서 한국은 일본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제도적 실효성을 높이고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본과 한국 출산장려정책의 공통점과 차이점
일본과 한국의 출산장려정책은 공통적으로 ‘현금 지원 + 육아휴직 + 보육시설 확충’이라는 기본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실행력과 접근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일본은 제도는 있지만 기업과 사회 문화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아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고, 장시간 근로 문화가 여전히 강해 부모가 제도를 활용하기 어렵다.
반면 한국은 일본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육아휴직 사용 장려와 남성 참여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형태의 출산지원금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현금 지원의 폭을 빠르게 늘렸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보육 인프라의 지역 격차 문제,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의 제도 이용 장벽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여전히 안고 있다.
즉, 일본과 한국의 출산장려정책은 기본 골격은 같지만 실행력과 실효성에서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과 한국 출산장려정책이 주는 시사점
일본과 한국의 사례는 저출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제도의 유무보다 ‘제도의 실질적 실행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무리 출산장려금과 육아휴직 제도가 완비되어 있어도 부모가 실제로 이용하지 못하면 효과는 없다.
한국은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현금 지원과 보육 인프라를 늘려가고 있지만, 기업 문화와 사회 인식 개선이 여전히 중요하다.
또한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불이익 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하는 안전망, 지역 간 보육 격차 해소,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논의 등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
일본의 실패는 제도가 사문화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한국의 방향 전환은 제도가 현실에서 살아 움직여야만 출산율 반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한국은 일본보다 더 과감하고 촘촘한 출산장려정책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나가야 하며,
현금 지원과 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일본과 한국, 두 나라의 비슷한 저출산 상황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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